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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둘 수 없다는 점입니다.
손만 벌리면 돈이 들어오는데 그런 재미를 어떻게 잊겠습니까?
분명 다른 점도 있는데 걸인은 개업을 하는 데 돈이 들지 않지만
정치가는 돈이 들어간답니다. 그것도 꽤 드는데...
다른 점에 또 하나 있는데 정치가는 아들에게 대물림을 하지만
대물림까지 해가며 구걸을 하는 걸인은 별로 없답니다.
‘거지’란 남에게 돈이나 먹을 것을 구걸해 살아가는 사람인데...
이 말의 원산지는 중국이랍니다. 먹을 것을 구걸하는 사람을 ‘걸개’
또는 ‘개자’라 했는데 이 ‘개자’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거지’로
읽히면서 거지가 탄생한 것입니다.
‘걸개’란 말도 중국에서 송대 이전에는 거지라는 뜻으로 쓰인 일이
없었고, 주로 ‘신에게 갈구 한다’는 뜻으로 쓰여 왔던 것 같습니다.
일본의 ‘고지키’도 중국에서 들어간 말인데 ‘고지키’는 걸식(乞食)
이라 쓰는데 물론 문자 그대로 빌어먹고 사는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지만,
‘걸식’은 지금의 걸인이나 구걸과는 다른 뜻으로 쓰인 불교용어랍니다.
본래는 수도승이 문 앞에 서서 시주 미나 금전을 받으며 돌아다니던
것을 의미했는데 그것이 물질을 빌어서 쓴다는 의미만 강조해 후에
수행승 이외에도 구걸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이 많아진 것입니다.
인도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구걸하는 사람이 많은데...
불교의 영향으로 걸인을 ‘비까리’ 또는 ‘빅추’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구걸을 당당한 직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탁발승 정도의 자긍심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2~3배나 되는 수입을 보장해준다 해도 걸인 생활을 바꾸려
않는데 ‘비구니’라는 말도 ‘비까리’에서 온 말이랍니다.
티베트의 라사에서는 티베트력 4월15일에 사카다와 축제가 열리는데,
이날은 ‘걸인 천국’이 된다. 전국에서 라사로 몰려든 순례자들이 모두
걸인에게 돈을 준답니다.
보시를 해야만 내세에 좋은 곳으로 간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번화가나 교차로 등에서 구걸하는 걸인에게
돈을 주면 550만 루피아의 벌금을 물거나 3개월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교차로에서 걸인들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